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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아나가 고장났어요...(사진9장)



교무실에 다람쥐통 같은 플라스틱 박스가 들어왔다.
사진으로야 익숙하지만 실물로는 처음인, 푸른 새끼 파충류를 담은 통...
'이구아나'라고들 하는데..
이구아나인지 카멜레온인지 도마뱀인지... 하여튼,
웬만한 나뭇잎 보다 작을 정도인 고놈, 녹푸른 색에 목덜미 무지개 비늘이 정교한
치장도 치장이려니와 성냥골 만한 다리가 바닥을 기고 잡고 하는 것이... 영..
눈을 못떼게 만든다.
거, 왜, 있잖은가... 일상의 낯설지 않은 크기의 실물의
터럭 하나 빠지지 않을 만큼 정교한 축소 복제판.. 의.. 신비함.
바늘 끝으로 짚어세어도 비늘 낱장 하나를 제대로 꼬집지 못할 것 같은 놀라운 정교함.
주변 빛에 따라 현란히 바뀌는 이마와 목덜미의 오색비늘들.
파충류를 향했던 막연한 징그러움 대신에 자리를 뜨지 못하는 경이로운 감탄.

나이 살 깨나 쳐먹었다는 나도 이럴진대 .. 이것을 초등학생이 보았다면 어땠을까...

왠거냐고 갖고 온 동료교사에게 물었더니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친구가 학교 앞에서 파는 걸 사갔다가 부모한테 들키면 죽는다며
맞긴 걸 집에서 키울 수 없어 임자를 찾아 학교로 들고 왔단다.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우리가 국민학생이던 때,
교문 앞에서 늘어놓고 팔던 노란 병아리.. 생각나는가...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가 기억나는가.

"엄마, 내 병아리 고장났어.." 라던 CF처럼
"내 이구아나 고장났어.." 라고 우리의 꼬마들이 쉽게 말해 버릴지도...
결국엔 우리반 중3 손으로 넘어갔다. 벌써 일주일쯤 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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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4 03:00 2003/09/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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