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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나기




처음 부터 하나 둘씩 늘어
언젠가는 A, B, C, D, E, F, G, H, I, J, K였었다.

그러더니...

B, G, K가 빠지고 L, M이 새로 늘어
A, C, D, E, F, H, I, J, L, M으로 되고,

A, E, F 가 빠지고 N, O가 생겨
C, D, H, I, J, L, M, N, O가 되더니,

I, M이 또 사라지고 P 하나만 새로 늘어
C, D, H, J, L, N, O, P가 되었다.

D, O가 줄고,

Q가 늘고 I, J가 줄어
C, H, L, M, N, P, Q.

그러다가...
M, N이 또 줄어
급기야는
C, H, I, J, L, P만 남았다.

...

이게 뭐냐고? ... ... !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의례히 수첩을 정리하곤 했다.
새로 적혀진 이름들이야 그때 그때 필요한 때마다 추가된 것일테니
그냥 놔두고, 이제는 전화번호 정도는 몰라도 그만일 이름들을
지우는 거다.
전혀 망설임없이 싹싹 지워대는 이름은 그렇다 치고
상당히 나름의 고뇌를 동반하는 이름은 참 안타깝다.
그러나, 어찌됐건 지금까지 해마다
내 수첩은 갱신되어왔다.

그런데,
연말연시도 아닌데 문득 '해갈음하는 수첩의 안타까움'이 드는 건,

추석을 앞두고 버릇처럼 해오던 인사치레가 점점 줄더니
이제는 아예 잊자고 고개가 설레설레 저어지는 내 모습이 씁쓸해서다.
챙기자니 열 손가락을 넘고 안하자니 나잇값 생각이 들고,
그렇게 내게 귀한 님들에 대한 인사를 한두 해씩 거르면서
나 역시도 그들에게 잊혀지고 있음이 마음아파서이다.

그리 오래되진 않았으나 언제부턴가
명절의 코 앞날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 챙기고 만나는 일이 시들해진 거다.
나도 드디어 명실상부한 '어른'이 된 게지.

오늘이 금요일, 내일 오후면 난 거꾸로 경기도를 향한다.
오가는 불편이야 서울서 부산 가는 사람들의 반의 반도 안되지만
올라가 있는 동안에는 나의 귀한 님들을 볼 수 없기에
오르기 전 남은 하루, 오늘, 이곳 전주에 있어도
어차피 암것도 안할려면서 마음은 바쁘고 초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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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8 19:04 2001/09/2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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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8 19:04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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