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잠시 그친 틈
빈 시간에 살짝 나갔다.
언젠가 누군가의 사진에서 깊은 인상을 풍기던
이슬이 방울방울 달린 솔이끼 포자낭자루가 보고 싶었다.
내친 김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두 시간을 넘겨 버렸다.
솜나물 작은 송이도 매번 무시하듯 지나치던 쑥도 촉촉하다...
학교는 여전히 젖어 있었다.
비가 아주 그치려는지 물안개 같은 구름이 덕두봉 자락을 서둘러 돌아 나가고
그 구름 날라주는 바람을 창가에서 맡아 보는데,
짙은 세상 만큼 진한 기쁨이 눈과 볼에 스며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