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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전야의 목욕탕



이제 곧 대여섯 시간을 달려 경기도에 올라간다.
이런저런 일로 어제 출발하지 못하고 새벽에 가려한 것이
결국 이 시간까지 버틴거다.
모처럼 일찍 일어난 아침, 5시였다.

그런데, 비가 오네...
엊그제부터 구름이 심상치 않기는 했지.
창밖에서 오는 축축한 싸늘함에 따뜻한 모닝커피가
생각나서 한 잔을 타는데... 이런,
거 왜, 옛날에 다방에서 뜨거운 커피에 계란을 넣어주던
그 "모닝커피"를 만들려는데... 흰자위를 빼고 노른자만
넣었어야 하는갑다.

어제는 졸지에 나도 시골 촌놈이 되었다.
어떻게 하다보니 명절 앞날에 목욕하는 그런 촌놈이...
근데 나말고 촌놈이 또 있었다, 우리반 놈...
거기서 만나다니, 그런 반가운 일이. 가차없이 "등 밀어!" 시켰다.
그놈..., 거시기 가리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좀 보믄 어쪄서...

옆자리에는 꼬마 둘이 자리했는데, 형제간인 듯한 그 둘은,
한명은 시키기만 하고 한명은 꼬박 듣고... 하고 있다.
"야-아-, 저기 있는 거 말야, 그래, 그거 갖과!"
"비누는?"
"물 틀어!"
"세수 안하냐!"
"세수하라고오..!"
형인지, 그 중 한 애가 계속 시키기만 하는 것이 그리 이뻐뵈지
않았는데 잠시 뒤,
느낌은 반전되었다.



"팔 들어! 팔!", "이렇게-에-...!"
명색이 형이라고 구석구석 동생을 씻기기 시작하는데,
그 둘은 겨우 한살 차이였다. 일곱살과 여덟살.
그게 그렇게 이뻐 보였다.

난 집에 있는 샤워실보다 대중탕이 훨씬 좋다.
집이면 수건 챙겨, 물온도 챙겨, 바닥청소 챙겨, ...
대중탕은 그런 신경쓸 일이 없으니 아주 편안히 쉴(?) 수 있어서
온갖 복잡한 생각은 그곳에서 다 정리하고 나온다.
그래서 내게 대중탕은 마음도 씻는 곳이라고나 할까.
하긴, 먼 옛날 내 동지 한명은 목욕탕에서 비중의 비밀을 찾아내기도 했지...

낮에 구이에 있는 자연 포도원엘 갔었다.
유기농법을 쓴다는데, 언젠가 먹어본 포도맛이 좋아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해주는 포장이 맘에 들어서였다.
청포도, 켐벨, 먹포도, 머루포도, 거봉... 종류대로 다 늘어서 싸주는데
그 박스 모습이 예술이다.
그런데 거기 아줌마가 이미 싸놓은 박스의 값이 내 생각과 안맞아
다시 싸는데, '이만큼이면 됐어요?' 할 때보다 막상 싸놓은 것이
이상하게 양이 더 적어보였다.
"달아볼까요?"
'아뇨!'
내게는,
무게가 적음을 확인한 뒤 포도 한 송이 더 얻는 것보다
아줌마가 날 속인게 아니라고 믿는 기쁨이 더 소중했다.
까짓거, 무게 달아 얻어내는 포도 한 송이쯤 없으면 어때,
속였다고 마음 아픈 것보다는 백번 낫지.

비가 와 쌀쌀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추석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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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30 07:33 2001/09/3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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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30 07:33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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