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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벗은 듯, 바람이 맨살에 닿을 때, 또는 옷을 뚫는 빗물.



하나, 둘, 셋, 네에ㄷ ㅇ ....열여, 열이..... 헉.

다 셀 수 없음을 알면서도 눈은 줄곧 지켜세고 있다.
이 작은 옥상의, 이 적은 홈에도 빗물은 고여
방울의 파문을 보인다.
지금 그걸 세고 있는거다.



할 수 있는게 고작 옷깃을 추켜 세우는 것일뿐
어디, 내리는 빗방울을 셀 수 있겠나...
그런데도 머리로는 수를 부르고 눈은 빗방울 좇는다.
그래야 ... 만
가라앉힐 수 있는 심경인거다.

엊그제 또 성공시대를 보았다.
담당 피디는 사람을 잘도 찾는다. 아니 제보가 들어오는 걸까..
송호국수 사장은
못생겼어도 웃음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 얼굴에 대비되어 더욱 참아내기 힘든 모습들이 있었던 거다.

항상 나가 서서 내다보는 창은
언제나 똑같이 길 건너 아파트 담장을 대신한 나무들을 보여주고
나는 그나마를 보며 계절을 느낀다.
멀리 터진 하늘과 어렴풋한 산이 그려지는 창이라야만
계절이 보이고 한해가 다 가고 있음을 알 줄 알았다.
멋들어진 노래 한 곡 틀고 그 소리 들으며
김오르는 커피 한 잔 들고 서서 먼산을 바라봐야만
옷속의 맨살에 달라붙는 싸늘한 이 바람을 느낄 줄 알았다.
그런데,
진학실 복도에 난 다 똑같은 창 중의 하나만으로도
반년이 넘는 지난 날 동안 보아온 똑 같은 풍경에서도
문득 예감이 온다, 저 잎, 적당히 푸른 기운이 바래져 가는..
이제 슬슬 낙엽질 때가 오고 있음인가.

볕이 질무렵부터 비는 다시 하늘에 가득 고이고
어두워짐을 틈타 여름 장맛비의 그것처럼 꾸질꾸질하게
내리더니 이 새벽까지 질기게도 온다.
열어둔 창으로부터 축축한 바람은 스며들고 이미 썰렁한 가슴이지만
이 비 그치면 제대로 쌀쌀해 지겠지.

멍.
눈은 깜박거림 조차 없이 뚫어져라 바라보지만
머릿속은 그것과 하등의 상관도 없는 먼 길을 쫓기듯 달리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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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1 03:44 2001/10/11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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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1 03:44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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