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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을 한다는 건




2007년, 새 학년도의 구도가 확정됐다.
학내업무와 교과수업, 학급담임 등에 대한 조정이 모두 끝나 이제는 변동요인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 즉, 오늘 받아 본 학급생 명단이 내년 2월까지 보다 나와 함께 할 아이들인 거다. 업무도 그렇지만 특히 학급생 명단은 조정 전에 무심히 보는 것과 확정 후 마주하는 느낌이 매우 다르다. 전교생 모두가 우리 학생이지만 그중 일부와는 담임으로 특별한 관계가 된다는 것이 사실 상당히 설레는 일이다. 학생에게, 같은 선생님도 담임교사로 만날 때엔 달리 뵈듯 교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습관처럼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주고받는 말이 있다.
"우리, 궁합을 맞추자!"
세상사람 어느 한 명 같은 사람 없으니 제각각 서로 개별적으로 적응해 나가자는 건데, 그러니 당연히 뒤따르는 질답은 좋고 싫은 '스타일'이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교사의 성향은 대략 이랬다.
재미없는, 잘 때리는, 말씨가 곱지 않은, 성의없어 보이는, 숙제 많이 내는, 제 자랑하는, 수업만 하는..
그중 압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차별대우'하는 교사란다.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그건 '편애'하는 교사를 가리킨다.
그런데, .. '편애'가 된다... . 같은 짓을 해도 더 이쁜 '애'가 있고 같은 짓을 해도 더 미운 '놈'이 느껴진다. 다만, 그것을 표시내지 않으며 또한 그렇게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담임 확정된 학급생 명단을 받으면 마치 학생들이 담임발표를 들으며 환호와 실망이 교차하듯 나 역시도 명단의 이름들을 죽 훑으며 기대와 아쉬움이 동시 만발함을 느낀다. 어쩔 수 없다, 지난 한해 동안 맺어온 '관계'가 각각 있으니 그값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것은 별 수 없는 일. 심지어 옆반에 배정된 이름에 눈길이 가기도 한다.
비록 사제간일지라도 사람사이이니 느낌이 통한 아이들만 모아다 학급을 만들면 훨씬 재미난 1년이 되지 않을까...


푸.하.하. ... 어찌 그럴 것인가!
3월 신학기가 오기 전 2월 말이면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교사도 한다. 학생들과 똑같다.

서울 충암고는 신입생에게 선택담임제를 실시한단다.(글 아래의 링크 참조) 학교 홈페이지에 1학년 담임 예정 교사들이 각각 사진과 담당과목, 학급운영 계획을 올려두면 학생들이 나름의 판단으로 원하는 교사 앞에 선착순 줄을 서는 것. 중앙일보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란다. 좋은 일이다. 원하는 선생님을 선택하고 그의 반으로 들어가는 것은, 1년을 담보하면서도 일말의 의사반영 기회 조차 없었던 학생입장에서는 참 잘된 일이다.
그러나 선착순에 밀려 원치 않는 교사의 학급으로 배정되어 옆반만 바라보는 학생들은 또 그반 담임교사는 어찌할까. '내 아이가 선착순에 밀릴 수 있다' 해도 학부모들은 환영할까...
제도문제가 아니다. 결국은 교사의 자질이 문제고 그렇게 다시 저 밑바닥에서부터 양질의 교사품성이 모든 교육제도의 바탕에 전제되어야 하고, 그래서 교사 자질의 적/부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저 위'에서 주장하나 본데, 다시 또 문제는 자질의 적/부적, 양/불량이라는 추상을 잴 수 있는 잣대가 있냐는 거다.
성과를 수치로 가늠할 수 없고 수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으며 그 변수를 조화시켜 가야만 할 관계가 사제지간이다. 교육활동은 더없이 중요한 '관계'이기에 담임할 학급생 명단을 받아 보는 오늘, 내 가슴이 이렇게 설레는 거다.
내 학급생 중에 '선착순에 밀린 충암고생'이 나오지 않기를 고대하며 그에 상응하는 각오를 동시에 다져보는 날이다.


                              새해 첫 꽃을 피우는 벼룩나물.  봄의 전령은 사실 이 석죽과의 별꽃류들이다.
                              요놈을 보는 설레임은 새학기 학급생 명단을 볼 때와 닮아 있다.


[ 충암고 선택담임제 관련 기사들 ]
 충암고의 담임선택제는 '독이 담긴 사과'
 '난 이 선생님을 담임으로 선택할래!'
 충암고 선택담임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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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1 03:42 2007/03/01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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