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꽃이 한가지 색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내 기억은 '강낭콩'에 습관적으로 빨간 꽃을 떠올린다.
어느 글에 '변영로'의 '논개' 구절을 옮기면서 '강낭콩 꽃보다 더 붉은..'이라 적은 적 있다. 이 역시 습관적인 붉은 강낭콩 꽃에 대한 기억때문에 생긴 잘못일텐데..., 어느 날, 한 댓글의 지적을 받아 얼른 고쳤다, '더 푸른..'으로.
그러나 아직도 내게는 연보랏빛 도는 흰 꽃 보다 붉은 꽃이 훨씬 더 뚜렷한 관념; 강낭콩 꽃은 붉다, 새빨갛다.
오늘, 강낭콩의 그 붉은 꽃을 사진기가 감당하지 못한다.
워낙 강한 채도때문에 음영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그래서 결국 '빨강만 과도하게 출력된 저급 인쇄물' 같은 이미지가 돼버렸다. 하긴, 명도에 관한 한 사진기는 빨강(채도가 높으면서 명도가 낮은 색) 색맹이긴 하다.
어쨌거나, 사진기가 제대로 담든 말든... 매일 한솥밥을 먹는 고향식당 뒷뜰에 뻗어오른 강낭콩 넝쿨 붉은 꽃을 몇장 박아왔다. 붉은 꽃이 비를 맞으니 아주 요염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