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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철 유감.



자줏빛, 그리고 흰색에 가까운 엷은 연보라빛 소국 한 다발.

언젠가, 지난 번에는 붉은 장미와 연보라빛 나리 꽃다발을 받았었다.
그 나리의 향이 진해서 시들때까지 진학실이 향기로웠다.

오늘은 다 늦은 시각에 국화다발을 받은거다.
CD도 받았다.
안드레아 보첼리와 죠지 윈스턴...
죠지 윈스턴 것은 그동안 즐겨 듣던 사계 중 엑기스를 모은 것...
어쩌면 그렇게 내집에 와본 것처럼 내게 없는 것들로 골랐을까.
무엇을 받는다는 건 받았다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기쁘고 고맙지만
그것이 내 마음을 헤아려 고른 것일 때는 더더욱 기쁘다.

보통은, 이맘때쯤 원서를 빌미로 학부모와 면담을 하게 되면
넘쳐나는게 마실 것들이었다.
그 숱한 "박카스" 아류들.
언제 날잡아 마실 것이 아니니 차곡차곡 쌓여가게 마련이고
원서접수가 완료되면 그 박스들을 들어내어
그동안 고마웠던 이쪽 저쪽의 사무실에 배달을 하게 된다.

가끔 우리는 농담삼아 말한다.
"저흰 붕어가 아닙니다."
항상 아이들에게 "제발 그냥 빈손으로 오시라고 좀 해라."라고 말하지만,
매번 찾아오시는 분들은 십중팔구 "박카스"를 데려온다.
빈손이 멋적어서일텐데... 사양하는 건 우리 입장이고
무엇인가 들고 오는 건 학부모 입장일 것이니 별 수없이 받곤 한다.
그리고 조카가 중3인 요즘은 그게 충분히 이해된다.
누나로부터 진학상담할 때 어찌가면 좋으냐고 물음을 받고서는
답을 해주느라 머리를 굴리면서 다녀간 학부모를 떠올리는 까닭에.
옆자리 담임선생님이
면담을 마치고 양로당에 놀러 가시겠다던 할머니께 들고 오신 박카스를
되안겨 드리는 것도 봤다.

그런 거다.

그런데, 박카스로 서로간에 말문이 터진 것까진 좋은데,
마음이 아프다.
"자식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난 아들은 엄마욕심에 못미쳐 졸지에 "병신같은 놈"이 되고
또 한 아들은 가진 만큼이나마 엄마에게 인정받아 "룰루랄라..."
기대와 실망이 비례할 때 다가오는 아픔이야 십분 이해되지만
부모의 자존심으로 아이를 잴 때는 참으로 안타깝다.
가질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부모취향과 달라 일거에 빈곤해진
아이들.

안쓰럽다.

결국, 어쩌면 어떤 아이는
부모의 자존심과 욕심을 따라 두번 세번 "불합격"의 고통을 이어야 한다.
그러고도 최후엔 모두가 자기 탓이니 욕은 욕대로 먹겠지.

건강하고 반듯하게 자란 것만 해도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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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09 19:07 2001/11/0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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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09 19:07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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