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월에서 나온지 벌써 반 년,
집을 옮긴 것에 원인이 있는지 근무처를 바꾼 것이 원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뭔가가 달라졌다.
도무지 밖으로 나서지질 않는 것.
예전 같았으면 이맘때 방과후에 인근 야산에서 살았으련만
아직 뒷산 황방산에도 한 번 오르지 않았고,
물과 산이 적당히 만나는 곳을 찾으면 그만일 이삭여뀌를 맘속으로만 그리고 있다.
소위 '일기장에 적을만한' 일 하나 없이 허구헌날 아홉시 열시 퇴근.
그러다......
아파트에서 타래난초를 보았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현관에서 스무 걸음도 안 떼어 만나주다니.
건물 뒤켠 애들 놀이터로 만들어 놓은 공터 풀밭에 달랑 하나... 더 귀해 뵈는 하나.
(혹시..) 근처를 몽땅 훑어봤는데 역시 달랑 하나다. 독(?)한 '씨' 하나!
꽃이삭 아래부터 일곱 개, 여덟 번째 꽃잎이 피니 이것들이 다 피려면
지금까지 보다 앞으로 더 많은 날을 멋지게 서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반가운 마음 이상 끝 !
다음 날 ... 부지런한 관리아저씨,
흔적도 없이 날려 버렸네...